세상 제일 우아한 킬러_ 빅토리아 윈슬로
<레드>, <레드 더 레전드>
안녕하세요. 집콕무비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캐릭터 리뷰>의 주제는 ‘언제나 날 지켜줄 것 같은 킬러’입니다.
뭐라고? 날 죽이는 게 아니라 날 지켜주는 킬러라고?
그렇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킬러는 어떤 적이 와도 날 지켜줄 친구이자, 어떤 미션을 줘도 완벽하게 수행하는, 그러면서도 가끔 인생 멘토 역할까지 해주는 그런 킬러입니다.
나이는 조금(?) 많으시지만 여전히 섹시한, 패션으로 킬러 캐릭터를 완성한, 세상에서 제일 우아한 여성 킬러 ‘빅토리아 윈슬로’(본명 헬렌 미렌)를 소개합니다.
그녀는 누구인가?
빅토리아 윈슬로는 영화 <레드 Red>(2010)와 그 후속작인 <레드 더 레전드 Red 2>(2013)에 나온 청부살인 킬러 캐릭터입니다.
<레드>는 프랭크 모세스(브루스 윌리스)라는 은퇴한 CIA 요원이 음모에 빠져 CIA와 악당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사랑하는 여자와 도망치다 옛 동료들을 하나씩 모아 반격한다는 내용의 액션 영화입니다.
<레드>에서는 CIA와 범죄자들에게 쫓기더니 2부인 <레드 더 레전드>에선 인터폴의 최우선 제거 대상이 되고, 영국 정보국 MI6에도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주인공 빅토리아 윈슬로는 바로 프랭크 모세스가 위기에서 찾아간 옛 동료 중 한 명입니다.
현재 나이는 60대 이상으로 추정됩니다만 확인하고 싶진 않네요. (아마 그녀에게 나이를 물으면 절 죽일 것 같거든요 ^^;)
빅토리아 윈슬로는 007이 근무하던 MI6의 전 요원으로, 지금은 은퇴하고 꽃꽂이로 소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 버릇 뭐 못 준다고 평생 화약 냄새와 피 냄새를 맡아온 그녀가 그런 생활에 만족하고 살진 않겠죠.
그녀는 가끔 사람 죽이는 게 그립다면서 간간이 청부 살인 계약이 들어오면 받아준다고 하네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 ‘간간이’가 아니라 거의 본업 같으시던데…
나름 영화에서 중요한 포지션에 있는 인물은 그 인물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씬에서 캐릭터를 설명, 즉 보여줍니다. 빅토리아 윈슬로의 첫 장면을 볼까요.
그녀의 첫 등장을 주목하라!
그녀는 꽃 한 송이를 들고 갑자기 찾아온 프랭크에게 묻습니다.
“날 죽이러 온 거야?”
프랭크가 아니라고 말하자 (총알을 맞는 프렝크는 그녀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 온 겁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꽃 밑에 숨겨둔 기관단총을 꺼내며 이렇게 말합니다.
“마빈한테 말해. 죽고 싶지 않으면 빨랑 나오는 게 좋을 거야!”
프랭크의 동료인 마빈(존 말코비치)은 지금 그녀의 뒤쪽에 있는 창가에 숨어서 그녀가 혹시라도 프랭크를 공격할까 봐 경계하고 있었거든요.
그녀는 이미 모든 걸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겁니다.
만약, 방문한 자들이 프랭크와 마빈이 아니고 적이었다면 그들은 분명, 단언컨대 그곳에서 죽었을 겁니다.
프랭크는 애인 사라(메리 루이스 파커)에게 그녀를 “RPN에서는 최고의 아티스트”라고 소개합니다. 간호사 중에 최고라는 뜻이지만 RPN이 뭔지 모르는 애인은 그게 뭔지 되묻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웃는 얼굴로 이렇게 말합니다.
“난 사람들을 죽이지, 아가야.”
프랭크는 은퇴한 그녀가 안정적이고 평화로워 보인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말하죠.
“난 여기가 좋아. 빵 굽는 것도 좋고, 꽃꽂이하는 것도 좋고, 그냥 이런 일상이 좋아. … 가끔은 좀 온몸이 심심해서 근질거리기도 해. (은밀하고 수줍게) 다른 것도 좀 하는 거지. 그냥 스위치를 내리는 것처럼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거야.”
아직도 가끔 ‘작업’을 한다는 고백이죠.
관객들은 이 장면에서 그녀의 캐릭터를 알게 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영화 제목 <레드 RED>는 ‘Retired Extremely Dangerous’(은퇴했지만 극도로 위험한 인물들)의 앞 글자를 딴 약자입니다. 브루스 윌리스뿐만 아니라, 이번 글의 주인공인 빅토리아 윈슬로 역시 진정한 RED라는 걸 이 장면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캐릭터 집중 탐구 1
킬러의 완성은 패션이다
빅토리아 윈슬로를 보면 킬러의 완성은 패션… 아니, 패션의 완성이 킬러인가… 아무튼 그녀의 패션을 보면 ‘가장 우아한 킬러’라는 표현이 절대 과장이 아니라는 걸 느끼실 겁니다.
<레드> 1편 첫 등장 씬에서 입은 흰색의 드레스는 수수하면서도 그녀의 우아함을 돋보이게 합니다. (위에서 보셨죠? 꽃꽂이 꽃 속에 숨겨둔 기관단총을 든 사진의 옷 말이에요)
빌런 역할인 미국 부통령을 납치하기 위해 파티 행사장에 입고 간 흰색 계통의 드레스도 일품입니다.
프랭크 모세스를 체포하러 온 FBI 요원들을 상대할 때 입은 갈릭 슈트(저격수 옷)는 또 어떤지 보세요. 흰색 바탕에 나뭇잎 무늬가 보이시죠?
그건 저격하는 장소가 눈이 온 숲속이기 때문입니다. 임무와 패션 둘 다 놓치지 않은, 아니 절대 패션을 포기할 수 없다는 그녀만의 캐릭터가 돋보이는 의상입니다.
<레드 더 레전드>에서는 이와는 완전히 다른 얼룩무늬 위장복 갈릭 슈트를 입고 나옵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패션을 선택하는 거죠. 이것도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 핏이 죽이죠?
패션의 마지막은 모피라는 말이 있죠.
<레드>에서 그녀는 적성국 대사관에 갇힌 프랭크 일행을 구하기 위해 출동합니다. 대사관에 들어서자마자 코트를 촥- 펼치고 그 안에 장착(?)한 무기를 꺼내 마구 난사하죠.
이런 장면에선 보통 무기에 집중하게 되는데 그녀의 모피에 눈이 더 갑니다.
어떤 미션 상황에서도 패션을 포기하지 않으시는 누님, 참 멋있으십니다!
아, 모피 옷은 <레드>의 끝부분에 다시 한번 나옵니다. 프랭크를 위협으로 몰고 간 진짜 악당을 죽일 때 입은 갈릭 슈트도 모피 종류인데 여기선 앞서처럼 롱코트가 아니라 반코트를 입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의상은 우아한 컬러의 끝판왕, 시작을 화이트로 했으니 블랙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레드 더 레전드>에서 입고 나온 옷이죠. 호텔에서 알바(?)로 어떤 놈들을 작업할 때 입은 옷인데 호텔 방 곳곳에 죽은 남자들이 있고, 그놈들을 욕조에 넣고 황산으로 녹일 때 이 옷을 입고 있습니다.
마치 살인, 아니 신성한 킬러 업무를 할 땐 이런 옷을 입어야 한다는 자부심과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패션입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