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오프닝만 보는 영화> 3
엔젤 해즈 폴른
<오프닝만 보는 영화> 세 번째는 <해즈 폴른 시리즈>의 마지막인 <엔젤 해즈 폴른>입니다.
'추락한 엔젤'은 1편 <백악관 최후의 날>과 2편 <런던 해즈 폴른>에서 대통령을 두 번이나 구한 영웅 제라드 버틀러(극 중 이름은 마이크 배닝)가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악당으로 추락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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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지인이자 전우였던 악당의 음모로 하루아침에 대통령을 구한 영웅에서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범인이라는 누명을 쓴 주인공 경호원이 대통령을 구하고 아버지와 화해를 통해 가족까지 지키는 이야기
영화의 시작은 어딘지 모를 건물 내부, 창고 같기도 하고 공장 같기도 한 어두운 공간을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수증기가 짙게 피어오르는 건물 내부에 헤드셋이 있는 헬멧과 방탄복을 입고 권총을 든 한 사내(주인공 제라드 버틀러)가 보입니다.
뭔가 작전 중인 느낌을 일부러(?) 강하게 풍깁니다.
(보통 이런 장면은 진짜 작전이거나, 작전처럼 보이는 페이크이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어떨까요?)
우리의 주인공 제라드 버틀러 형이 긴장한 눈으로 부서진 벽틈을 통해 밖을 살핍니다.
이때 주인공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헬기까지 동원한 정체 모를 무장세력들이 떼거지로 몰려오고 있는 모습입니다.
얼핏 주인공을 공격하는 적군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주인공과 같은 헬멧을 쓰고 있는 게 보입니다.
영화 분위기는 실전처럼 보이게 연출하려고 했지만 (눈치 빠른 관객은) 훈련 상황이란 걸 짐작할 수 있죠.
주인공이 있는 건물로 포스가 쩌는 특수부대원들이 우르르 쳐들어 오고, 공중에선 헬기에 탄 저격수가 주인공을 노리고 있습니다.
국방부 홍보 영화 같은 분위기가 물씬 나네요. 이걸 슬로까지 걸어서 나름 분위기 땡기려고 애쓴 티가 납니다. (덕분에 실전이 아니라는 티가 팍팍 나네요)
타이틀이 나오고 아직 슬로 화면 상태에서 혼자 고독하게 폼 잡고 있는 주인공을 카메라가 아래서부터 위로 한번 쫘악- 흝어줍니다. (혹시 마지막 시리즈가 될지 몰라 주인공에 대한 배려인가요?)
드디어 본격적인 액션이 시작됩니다!!
어둡고 복잡한 실내를 통과하는 주인공... 무전을 주고받으며 다가오는 (아직은) 정체 모를 적들...
주인공 제라드 버틀러는 원샷 원킬로 두 명을 순식간에 쓰러뜨립니다.
방탄 옷 위에 쏘는 장면과 웬만한 영화에선 자주 보여주는 모잠비크 드릴 (가슴에 1~2방, 확인 사살로 머리에 1방) 사격이 아닌 걸로 봐서 연습이란 합리적인 의심이 점점 확실해집니다.
계속 이어지는 총격씬과 추격씬에서도 총에 맞아 피가 튀는 장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눈치가 늦은 분들도 이쯤에선 훈련 상황임을 알 겁니다.
(그렇지만 액션 화면은 나름 볼만해 몰입해서 볼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렇게 한동안 주인공의 건 액션 장면이 이어집니다.
1편 <백악관 최후의 날>, 2 <런던 해즈 폴른>과 이번 오프닝에선 확실히 주인공에게 몰아주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러다 주인공이 한 놈을 열라 뚜까 패주고 계단에서 굴려버립니다. (이놈 기억해 두세요)
드디어 건물 밖으로 탈출하려는 주인공... 헬기에 탄 저격수가 그런 주인공을 노립니다.
밖으로 나온 주인공은 숨어 있는 적들을 하나씩 클리어하면서 이동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피가 튀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적들의 대응도 만만치 않아지는 게 공식(?)이죠. 역시 공식대로 헬기에서 저격수가 빵-빵! 사격을 하고, 주인공을 점점 구석으로 몰아붙이며 포위해갑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피가 튀지 않습니다-!!
마침내 쫓기던 주인공이 건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대기하고 있던 한 사내가 주인공에게 총을 쏩니다.
이때 주인공 방탄 옷에 빨간 페인트가 튀면서 연습 상황이란 게 확실해집니다.
그런데 주인공에게 총을 쏜 사람은 누굴까요?
이 상황은 용병회사의 시뮬레이션에 주인공이 참여해 훈련 상황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총 쏜 사람은 바로 용병회사의 사장님입니다.
(사원들은 주인공에게 총알 맞고, 뚜들겨 맞는데 자기는 가만있다 얍살하게 마지막에 총 한 방으로 끝내네요.)
그리고 주인공은 훈련 상황이지만 페인트탄을 맞은 게 억울하다고 "법규"를 날립니다.
만약 "훈련이니까 괜찮아, 이제 총 맞았으니까 집에 가도 되겠지?"라고 한다면 캐릭터가 형성되지 않겠죠.
오프닝에선 앞으로 일어날 사건과 관련해 주요 인물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각자의 성격, 능력치는 어떤지를 빠르고 간결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이곳은 용병회사의 용병 훈련장이고 백악관 최고 경호원인 주인공을 불러 훈련장과 훈련 프로그램을 테스트하는 중입니다.
용병회사의 사장은 주인공과는 군대 생활을 같이한 전우이자 가족과도 친하게 알고 지내는 절친으로 나옵니다.
이 장면이 의미하는 건 결국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총을 쏴야 하는 사이란 걸 암시하죠.
또 먼저 방아쇠를 당기는 건 사장 놈이란 걸 보여주는 장면이죠.
이 테스트에서 주인공은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죠. 이 코스까지 온 게 주인공이 처음이라는 사장의 멘트가 그걸 확인시켜 줍니다.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사건에서 그 능력을 발휘하게 될 거라는 걸, 주인공에겐 엄청난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이번 오프닝이 맡은 역할입니다.
이 시리즈뿐만 아니라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능력치를 처음 보여주는 씬에선 이 영화처럼 주인공의 능력치를 확실하게 관객/시청자에게 인식시키는 장면으로 오프닝이나 주인공 첫 등장씬이 쓰이곤 합니다.
교과서적인 장면인 셈이죠,
건액션으로 눈길을 잡아놓고 주인공의 능력치를 있는 데로 보여줬으니 (이것도 오프닝의 역할 중 하납니다) 이제 영화의 본론으로 들어갈 미끼를 뿌릴 차롑니다.
용병 사장은 주인공을 부른 이유를 설명합니다. (이 이유가 바로 사장이 사건을 일으키는 이유가 됩니다)
이 훈련장은 냉전시대 미사일 생산기지로 냉전이 끝난 후 버려진 걸 정부에 몇 푼 쥐여주고 사 와서 디즈니랜드로 바꿨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어떤 시나리오를 가져와도 테스트할 수 있다고 자랑합니다.
(그런데 냉전 운운하는 말투와 얼굴 표정에서 전쟁이 사라진 걸 아쉬워한다는 느낌이 대놓고 드네요. 이런 류의 액션 영화에선 악당의 내면 캐릭터가 깊지 않아도 되지요. 그런 관점에서 사장님 배우는 노골적인 연기를 잘 해냈습니다)
용병 사장님은 주인공 제라드 버틀러에게 국방부에서 용병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며 먹고살기가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두 번이나 대통령을 구한 공로로 차기 경호실장이 된다는 걸 알고 경호실 훈련을 자기 훈련장에서 해달라고 청탁합니다.
주인공은 알아보겠다고 말합니다.
(이러면 둘 다 청탁법 위반 처벌 대상 아닌가요?)
이때 한 놈이 갑자기 주인공에게 시비를 겁니다.
아까 기억하라고 했던, 주인공에게 뚜까 터지고 계단으로 굴렀던 바로 그놈입니다.
훈련인데 자길 패고 계단에서 굴렸다고 GR하는 찐따 같은 놈이죠.
그러자 주인공이 한 마디 날립니다.
"실전처럼 안 하면 실전 땐 죽어."
벌써 눈치챈 분도 계시겠지만 이 찐따님은 나중 진짜 사건과 전투 때 주인공에게 진짜 총알을 선물 받고 하늘나라로 떠납니다.
영화 중후반부의 비슷한 상황에서 죽는 조연을 오프닝에 배치해둔 소소한 재미가 엿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은 용병 사장님을 자기 집으로 초대합니다. 가족들도 만나고, 스테이크도 썰자며 ..
그만큼 친한 사이라는 걸 보여줘야 나중 올 갈등의 진폭이 더 커지겠죠.
오프닝 시퀀스의 마지막 컷은 주인공이 돌아가는 차 안에서 온몸이 쑤신 듯 힘들어하며 약을 먹는 장면입니다.
그동안 1~2편에서 쌩고생을 해 몸이 망가졌다는 걸 보여주고 시리즈 막을 내릴 준비를 하는 걸까요?
이렇게 화끈한 액션씬으로 시작한 오프닝은 힘들어하는 주인의 모습으로 끝이 납니다.
<엔젤 해즈 폴른>은 오프닝 액션 장면에서 어떤 미션이든 클리어할 수 있는 주인공의 능력치를 보여주고(액션영화니까 당연하죠) 용병 사장이라는 외부의 적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그리고 가까운 두 사람이 생사를 함께한 전우였다는 설정 한 스푼을 더 넣어서 풍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 오프닝의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이 극복해야 할 내면의 적을 보여주는 컷입니다.
즉, 쇠약해진 몸과 정신 상태(실제 주인공은 오프닝 다음 시퀀스에서 경호원직을 그만두려고 합니다)를 극복하고 미션(대통령 구출과 가족 지키기)을 완수해야 한다는 걸 암시하는 장면입니다.
오프닝에 이어지는 본격 액션 장면, 드론 공격 장면은 별미라고 생각합니다.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종합하자면...
화끈한 건 액션 장면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처음부터 집중하고 보게 만드는, 그래서 다음 시퀀스까지 관객의 눈을 끌고 가는 오프닝 기능에 나름 충실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3편 <엔젤 해즈 폴른>의 오프닝 시퀀스는 장점과 단점이 다 있습니다.
시작부터 간지나는 화면과 볼만한 건 액션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건 장점이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단점은 주인공과 친근한 인물, 그것도 용병회사의 사장이 오프닝부터 등장한 걸 보고 "아, 이놈이 나쁜 놈이구나" 하고 눈치챈다는 거죠.
장단점이 있는 오프닝이라 4.5 별점으로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3편의 시리즈 오프닝 중 어떤 오프닝이 제일 맘에 드시나요?
제 선택은 3편 <엔젤 해즈 폴른>, 1편 <백악관 최후의 날>, 2편 <런던 해즈 폴른> 순입니다.
1편과 3편이 같은 별점이지만 액션 영화라는 장르를 감안해 3편을 맨 앞으로 올렸습니다.
여러분의 선택은 저와 얼마나 다른가요?
그럼, 다음엔 어떤 영화나 드라마로 찾아올지 기대해 주세요^^
영화 정보
제목: 엔젤 해즈 폴른 Angel Has Fallen, 2019
장르: 액션, 스릴러
상영 시간: 121분
개봉일: 2019. 11.13
감독: 릭 로먼 워
출연: 제라드 버틀러(마이크 배닝), 모건 프리먼(트럼불 대통령), 대니 휴스턴(웨이드 제닝스), 닉 놀테(클렐이 배닝) 외
출처 네이버 영화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