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우아한 킬러_ 빅토리아 윈슬로
<레드>, <레드 더 레전드>
안녕하세요. 집콕무미입니다.
‘언제나 날 지켜줄 것 같은 킬러’ 빅토리아 윈슬로 편 세 번째 순서입니다.
캐릭터 집중 탐구 3
말 안 들으면 죽일 것 같은 인생 멘토
생사를 넘나드는 직장(?)에서 무사히 은퇴하는 킬러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그녀는 말로 하기 힘든,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을 수없이 이겨내고 살아남았을 겁니다. 그래서 그녀의 말은 현실적인 인생 멘토의 조언으로 들립니다.
물론, 말을 듣지 않으면 죽여버린다는 협박, 아니 조언만 빼면 완벽한 멘토이자 동료가 바로 그녀죠.
앞에서 그녀가 <레드>에서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소개한 걸 기억하시죠?
그때 프랭크는 그녀에게 애인을 만나고부터 “진짜 삶이란 걸 가지고 싶었다”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엄마처럼 프랭크를 위로합니다.
“프랭크, 넌 참 로맨틱하구나. 넌 외면은 좀 무뚝뚝해 보일 수 있어도 안은 참 부드러운 남자야.”
아들을 위로(?)했으니 이젠 며느리를 잡을 차례죠.
빅토리아 시엄마는 일부러 프랭크의 애인과 둘만 남아 이렇게 말합니다.
“꼭 말해주고 싶은 게 있는데 내가 그동안 프랭크를 알아 오면서 이러는 거 처음 봐. 그러니까, 니가 만약 프랭크를 맘 아프게 하면 내가 널 죽여서 숲 속에 묻어버릴 줄 알아!”
협박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우아하고 조곤조곤하게….
(손에 저격총을 들고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죠?)
<리드 더 레전드>에선 애인이 예전과 달리 총을 찾고,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미션에 뛰어들어 위험에 빠지는 일이 자꾸 생기자 그녀에게 푸념합니다. “골치 아파 죽겠다”라고.
그녀는 이번에도 애정이 어린 조언을 해줍니다.
“관계에 변화를 줘봐. 넌 좀 물러나 있어야 할 필요가 있어. 중요한 건 니가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한다는 거야.”
프랭크와의 관계에서 엘리자베스가 계속 사랑의 불화를 겪자 그녀는 엘리자베스에게 이번엔 협박이 아니라 진정한 조언을 해줍니다.
“둘 다 자기 본 모습을 포기하면 안 돼. 사랑에 빠지는 건 마치 벼랑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같은 거야. 넌 그냥 믿고 몸을 맡기기만 하면 돼.”
캐릭터 집중 탐구 4
내 생명을 맡길 수 있는 청부살인 킬러
그녀는 MI6에서 첩보원으로 있으면서 난무하는 음모 속에서 어쩌면 여러 번 배신을 당했을지도 모릅니다.
때론 명령에 따라, 어쩔 땐 살기 위해 남을 배신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은퇴한 지금의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프랭크와 동료들을 절대 배신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녀를 무슨 일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 언제든 내 생명까지 맡길 수 있는 킬러라고 생각합니다.
<레드 더 레전드>에서 MI6 국장은 그녀를 협박합니다. 프랭크를 죽이라고 말이죠.
국장이란 놈은 전 직장 상사답게 아주 갑질을 합니다.
“MI6가 일을 하나 주지. 계속 살고 싶으면 이걸 받아들여야 할 거야. 이젠 누구 편이 될지 고르라고.”
하지만 그녀는 그 사실을 곧바로 프랭크에게 알립니다. 은퇴한 전 요원이자 현직 알바 킬러에게 두려운 건 조직의 위협이 아니라 같이 은퇴해 말년을 살아가는 친구를 잃는 것이었나 봅니다.
그녀는 시체를 염산으로 녹이면서 프랭크에게 전화합니다. 그리고 사실을 말해줍니다.
“MI6에서 널 죽여달라고 의뢰했어.”
순간, 모세스도 긴장합니다. 그녀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죠.
그녀는 보수가 좋길래 받아들였다고 말합니다.
“어차피 내가 안 하면 다른 사람이 할 거 아냐.”
결국 그녀는 도망치는 프랭크 일행이 탄 차를 저격총을 들고 가로막습니다.
(이때 입은 옷이 바로 앞서 설명한 얼룩무늬 군복이죠)
그녀는 프랭크의 차를 향해 방아쇠를 당깁니다.
이어서 화면은 불타는 프랭크의 차를 보여줍니다.
그녀는 정말 프랭크를 죽인 걸까요?
당연히 아니죠.
보통 이런 장면은 직접 총을 맞는 장면을 안 보여주기 때문에 잠깐, 관객을 속이는 페이크 장면입니다.
그녀는 불타는 차에 세 구의 가짜 시체를 넣고 불태웁니다.
그리곤 “이걸로 하루 정도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엘리자베스가 묻고, 그녀가 대답합니다.
“저 시체는 어디서 구한 거예요?”
“우리 집 냉장고에서.”
집 냉장고에 시체를 보관했다 필요할 때 써먹다니… 정말 매력 있는 캐릭터 아닌가요?
그녀는 만약 자기가 MI6의 명령을 거부하면 자기 말고 다른 암살자가 프랭크를 노릴 것이고, 그러면 프랭크가 진짜 위험해진다는 걸 아니까 처음부터 MI6의 명령을 어길 생각으로 미션을 받아들이는 척했던 겁니다.
물론, 그 자리에선 자기도 살아야 했으니 받아들이는 척할 수밖에 없기도 했죠.
그녀의 헌신은 이거만이 아닙니다.
<레드 더 레전드>에서 MI6의 비밀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타깃을 빼내는 작전에서 또 한 번 ‘희생하는 킬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타깃을 확보한 프랭크가 빠져나가도록 백업을 하던 그녀는 MI6 무장 요원들에게 포위됩니다.
실패한 걸까요?
그녀의 얼굴을 보면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스스로 미끼가 돼 프랭크가 탈출하도록 한 겁니다.
화가 난 MI6 국장은 혈기 방자한 젊은 요원에게 그녀를 죽이라고 말하고 나가버립니다.
젊은 놈은 히죽거리며 묻습니다.
“당신이 이 바닥에선 전설이라면? 어쩌지, 난 들은 게 없는데?”
젊은 놈은 그녀를 목 졸라 죽이려고 다가섭니다.
하지만 그녀는 손목 피부밑에 핀을 숨기고 있었죠. 그 핀을 꺼내 수갑을 풀고, 단 네 번의 간결하고, 효과적인 공격으로 놈을 보내버립니다.
먼저, 다가오는 놈의 사타구니에 한 방, 고통에 고개 숙이는 놈의 목젖을 당수로 또 한 방, 넥타이를 잡아당겨 탁자에 머리를 쿵! 하고 또 한 방, 마지막은 벽에 대가리를 퍽-!
그녀는 쓰러진 놈에게 한 마디 남깁니다.
“이젠 내가 누군지 알게 됐네.”
이 나이에 이렇게 사람 잘 패는 분 본 적 있나요?
그녀의 참모습이 드러나는 장면은 <레드>에서 부통령을 납치하는 작전에서 나옵니다.
작전 도중 그만 경찰의 총에 복부를 맞고 맙니다.
그녀는 자긴 더는 도움이 안 된다 마빈에게 혼자 도망가라고 말합니다.
철저한 프로 의식이죠. 작전이 우선이고, 동료의 안전이 먼저라는.
마빈은 그녀를 남겨두고 떠납니다.
(이게 마빈의 캐릭터죠. 하지만 진짜는 다음에 전개될 상황을 위해 감독이 마빈을 치운 거죠)
그녀는 철창으로 막힌 통로에 갇히고 맙니다. 점점 다가오는 포위망… 여기서 그녀는 끝장나는 걸까요?
이때, 뜻밖의 인물이 나타나 그녀를 구해줍니다.
그의 품에 안긴 그녀는 “사랑해”리고 말합니다.
(이 인물이 누군지는 다음 챕터에서 공개!)
그녀의 시점으로 본 영화는 여기서 해피 엔딩입니다.
프랭크의 복수가 성공할지 말지는 프랭크의 몫이니까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