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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리뷰/에피소드 리뷰

<블랙리스트>, 단 '한 장면'으로 10시즌을 보게 한 오프닝의 힘

집콕무비 2024. 1. 2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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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무비

 

 

미드 <블랙리스트 시즌 1> 1회 오프닝

 

이번에 소개할 <오프닝만 보는 드라마>는 미드 블랙리스트 시즌 1의 1회 오프닝입니다.

 

오프닝의 중요성을 인물 설정, 배경 소개, 캐릭터에게 목적 제공 등 여러 가지 기능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어떤 경우는 이런 이론적인 설명보다 단 ‘한 장면’ 때문에 드라마든 영화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 ‘한 장면’ 때문에...

 

저에겐 블랙리스트 시즌 1의 오프닝이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이 오프닝 때문에 시즌 1부터 시즌 9까지, 거기에 스핀 오프(블랙리스트 리뎀션)까지 총 10개 시즌을 봐야 했으니까요... 

 

출처 넷플릭스

 

그럼 블랙리스트가 어떤 드라마인지부터 잠깐 짚고 가겠습니다.
넷플릭스 페이지의 드라마 설명을 보겠습니다.

 

악명 높은 지명 수배자가 FBI에 스스로 투항한 후 다른 악당들의 검거에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하고, 신입 프로파일러 엘리자베스 킨을 파트너로 해 달라는 조건을 건다.

 

오프닝 리뷰

어떤 커다란 건물 앞 벤치에 중절모를 쓴 점퍼 차림의 한 사내가 앉아 있습니다.
그의 앞에 다가온 한 사내가 가방을 놓으며 말한다.
"고향에 돌아와서 좋으시겠습니다."
중절모 사내는 “두고 보자”며 가방을 들고 건물로 향합니다.

 

 

사내가 들어간 곳은 놀랍게도 FBI 본부였습니다. 
안내 데스크에 다가간 사내는 제복을 입은 FBI 폴리스에게 “부국장을 만나러 왔다”며 이름을 말합니다.

"예약은 안 했고.. 레이먼드 레딩턴이라고 전하시오.“

 

 

여권을 경찰에게 준 이 남자, 레딩턴은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윗옷과 모자를 벗어 가방 위에 얌전히 놓고는 잠시 창밖을 지그시 바라봅니다.
그 이상한 행동에 로비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그를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이 남자는 누구고 왜 이러는 걸까요? 궁금증이 일기 시작합니다.

그때, 레딩턴의 이름을 입력한 안내 데스크 경찰의 모니터에 "레이먼드 레딩턴 발견 즉시 체포"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이 남자는 누굴까요?

 

 

놀란 안내 데스크 경찰이 비상 버튼을 누르자 긴급을 알리는 빨간불과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립니다.

 

그런데도 이 사내, 레딩턴은 침착합니다. 태연하게 FBI 로고가 박힌 바닥에 무릎 꿇고 앉더니 두 손을 머리에 올립니다.
1층과 2층의 경찰들이 총을 겨누며 그를 포위합니다.
그리고 카메라가 레딩턴의 옆얼굴과 벽에 붙는 현상 수배전단을 같이 잡습니다. 거기엔 이런 수배전단이 붙어 있습니다.

 

<FBI 10대 수배범 레이먼드 레딩턴>

 

 

네, 지금 이 상황은 FBI 10대 수배범 중 한 사람인 초거물 범죄 브로커가, 수십 년 동안 잡지 못했던 대단한 범죄자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발로 찾아와 자수를 한 겁니다.

 

전 이 장면에서 이 시리즈를 전부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단 한 장면 때문에! 
(물론 시즌 9에 스핀 오프까지 나올 줄은 몰랐죠)

 

이 장면에 대한 건 개인적인 취향일 수 있지만 아무튼 ‘오프닝의 힘’은 이렇게 대단합니다.


워싱턴 DC의 FBI 특별작전본부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정신이 없습니다.
부국장이 본부에 도착하고 앞으로 시리즈 내내 나올 특별 요원까지 등장해 자수한 남자가 진짜 레딩턴이란 걸 확인합니다.

 

 

부국장은 레딩턴을 만나기 전에 그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FBI는 물론 NSA와 CIA가 가지고 있는 그에 대한 보고서를 전부 가져오라고 지시합니다.
이것만 봐도 레딩턴이 단순히 FBI 하고만 엮인 범죄자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죠.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지점에서 드라마는 레딩턴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 줍니다.
브리핑 내용을 볼까요.
-그는 최우수 해군 생도였으며
-24살에 졸업해서는 제독 수업을 받을 만큼 엘리트 코스를 밝던 촉망받던 군인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 성탄절에 처자식을 만나러 나가선 사라졌다...
-존경받던 이 장교는 그로부터 4년 동안 행방불명됐는데...
-그 사이 국가 기밀문서가 아프리카, 파키스탄, 베이징에 나타났다...
-그게 바로 레딩턴의 짓이었다...

 

놈은 전 인류를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동료 범죄자들에게 거래를 중개하는 일종의 브로커였죠.
놈은 조국은 물론 정치적 견해도 없습니다.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자에게 충성할 뿐이죠.
언론에선 그를 범죄 안내자라 부릅니다.
- 스페셜 에이전트 -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후덜덜한 인물이네요.

 

특수 룸에 갇혀 위치추적 칩까지 삽입당한 레딩턴은 태연히 책임자인 부국장을 부릅니다.
레딩턴에 대한 프로필을 시청자에게 제공했으니 이 인물이 어떤 캐릭터인지 보여줄 차례죠.

레팅턴은 부국장에게 독설을 날립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런 멘트가 레딩턴의 매력이죠)

 

"부국장의 향수에선 악취가 나는 듯하네요. 자만심의 악취 말이오.

 

그리곤 대화의 주도권을 잡아나갑니다. (이것 또한 시리즈 내내 그가 보여주는 캐릭터죠)

 

 

네게 하고 싶은 질문이 많을 테니 가장 중요한 질문부터... 내가 여기 온 이유부터 시작하지.
1986년 시리아 주재 미국 대사관 공격 사건을 아시오?
1997년 알제리 주재 프랑스 영사관에서 발생한 6명의 외국인 납치 사건은?
아니면 2002년 쿤타이 은행 사건이라든가?
이 사건들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책임이 있는 남자를 내가 알고 있소.
그자의 이름은 랑코 자마니!
- 레딩턴 -

레딩턴의 요구 조건은 이렇습니다.
자신이 1급 범죄자들의 블랙리스트를 모두 가지고 있으니 이들을 잡게 해주는 조건으로 사법 거래를 하자는 거였습니다.
그리곤 그 첫 번째 인물로 ‘랑코 자마니’를 넘겨주겠다고 한 겁니다.

 

그런데 부국장은 콧방귀를 뀝니다.
FBI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한 결과, 랑코 자마니는 죽은 걸로 나왔기 때문이죠. 그것도 6년 전에.
이대로 협상은 끝나는 걸까요? 레딩턴이 실수를 한 걸까요?

 

레딩턴은 “6년 전에 죽은 자가 독일에서 워싱턴으로 막 왔냐”고 비아냥거립니다.
그의 말대로 확인해보니 죽었다던 자마니가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혀 있습니다.

 

 

FBI는 난리가 납니다.
FBI 입장에선 최악의 테러범이 버젓이 미국 본토로 들어온 것을 몰랐으니 그럴 수밖에요.
이 최악의 테러범이 또 무슨 짓을 어디에서 벌일지 알아내야 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죠.

 

결국 부국장은 레딩턴과 대화를 시도합니다.
부국장은 자신이 틀렸다고 시인합니다. 
세상 최악의 범죄자지만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때는 순순히 사과한다... 이게 부국장의 캐릭터죠. 
이 장면은 시리즈 내내 두 사람의 신뢰(?) 관계가 시작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컷입니다.

 

 


 

여기서 시리즈 전체를 끌고 가는 중요한 포인트가 생깁니다.
레딩턴은 “놈을 잡게 해 줄 테니 그 대신 중요한 규칙이 하나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가 말한 규칙이란 건...

 

엘리자베스 킨 하고만 얘기하겠소.
- 레딩턴 -

 

 

엘리자베스 킨이란 인물이 누군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스페셜 요원조차 “그건 또 누구야?”라고 중얼거립니다.
이제,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킨을 소개할 차롑니다.

 

그녀는 FBI 요원으로 여러 부서에서 근무하다 이제 막 프로파일러 자격을 얻어 오늘 첫 출근을 앞두고 있습니다.
잘생긴 남편도 있죠. (이 남편에 대한 건 스포일러라 말하지 못하지만, 스핀 오프가 바로 이놈 때문에 생겼죠)

 

FBI는 헬기까지 동원해 엘리자베스 킨의 집으로 들이닥칩니다.
그렇게 얼떨결에 본부에 끌려간(?) 엘리자베스는 황당하기만 합니다.

 

 

태어나 지금까지 얼굴은커녕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세계 최악의, FBI 10 수배자 중 한 명이 떡 하니 자기를 꼭 찍어 테러범을 잡는 일에 자기 하고만 대화를 하겠다니...

 

궁금해하는 그녀에게 대테러국 부국장은 오히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두 사람은 무슨 관계인지 되묻습니다.
하지만 그게 궁금하긴 그녀도 마찬가지죠.

 

 

그녀는 결국 모든 의문을 풀기 위해 레딩턴을 만나러 갑니다.
레딩턴은 비밀 감옥 케이스에 갇혀 있죠.

레딩턴과 엘리자베스가 만나는 이 장면은 한니발 1편에서 역시 FBI 요원인 클라리스 스탈링 요원이 닥터 한니발 렉터를 만나는 장면이 떠오르네요. (오마주겠죠?)

 

 

레딩턴은 자기에겐 세상 온갖 흉악한 범죄자들의 리스트(블랙리스트)가 있으며 그들을 잡게 해 주겠다고 말합니다.
자신도 범죄자면서, 한때 그들의 동료였고, 그들을 고객으로 대하던 범죄 브로커가 왜 이러는 걸까요?
FBI의 추격도 수십 년간 따돌렸는데 왜 갑자기 자수한 걸까요?
그리고 엘리자베스 킨을 부른 이유는 뭘까요? 

 

무엇보다 레딩턴과 엘리자베스 킨은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요? 
이런 질문을 던지는 시즌 1의 오프닝입니다.

(이 궁금증이 10개 시즌 전체를 끌고 가는 질문입니다)

 

혹시 저처럼 오프닝 장면에 홀딱 넘어가면 시즌 9까지, 스핀 오프까지 총 10 시즌을 봐야 하니 특히 주의하세요.

당신을 홀린 드라마 오프닝의 ‘한 장면’은 어떤 것이 있나요?
있다면 다시 한번 정주행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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