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만 보는 드라마 리뷰
묵직한 메시지로 시작한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1)
안녕하세요.
미니시리즈의 오프닝은 전체 드라마의 시작을 위한 에피소드로 시작하죠.
이 에피소드에서는 등장인물의 캐릭터 소개, 주요 인물 간의 관계, 주변 인물 세팅, 배경 소개.. 그리고 계기가 되는 사건을 보여줍니다.
특히 어떤 '사건'을 통해 전체 드라마를 끌고 가는 주인공의 목표를 보여주죠. 그 목표 지점이 강렬할수록 드라마를 보게 하는 힘이 생기죠.
그래서 미니시리즈의 1회, 그리고 1회의 오프닝 부분은 아주 중요합니다.
오늘 소개할 <오프닝만 보는 드라마> 리뷰는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1)입니다.
<낭만닥터 김사부> 기본 정보
SBS 2016년 11월~2017년 1월 방영
지방의 초라한 돌담 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괴짜 천재 의사' 김사부(한석규)와 열정이 넘치는 젊은 의사 강동주(유연석), 윤서정(서현진)이 펼치는 '진짜 닥터' 이야기
<낭만닥터 김사부>의 오프닝은 배경 설명과 인물 설정보단 드라마의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대개의 의학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첫 회 오프닝에 처참한 사고가 일어나고, 피를 철철 흘리는 환자들 사이에 짠- 하고 나타난 주인공이 무지 어려운 상황에서, 무지 어려운 수술 치료를 성공하는 것으로 주인공을 소개하죠.
하지만 <낭만닥터 김사부>는 낭만스럽게도 이런 평범한(?) 오프닝이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병원 응급실 앞에서 신문지로 둘둘만 야구 방방이를 쥔 어린 소년(중학생인 강동주)이 있습니다. 어린 동주의 눈은 분노로 가득 차 있습니다.
동주는 야구방망이로 응급실 여기저기를 때려 부숩니다. 악다구니를 쓰면서...
어린 동주는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요?
드라마를 잠시 뒤로 돌려보겠습니다.
동주의 아버지는 지금 동주가 난장을 부리는 같은 응급실에 며칠 전 실려왔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동주 아버지는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응급실에서 사망합니다.
어린 동주와 동주 엄마는 그 모습을 고스란히 보면서 절망하죠.
이때 동주의 눈에 하이브리드 룸(응급처치실)에서 나오는 의사 도윤완이 들어옵니다.
도윤완은 막 국회의원의 치료를 성공리에 마치고 나와 자화자찬을 하고 있습니다. 의사들도 모두 그곳에 몰려 있습니다.
응급실에 실려온 건 동주 아버지가 먼저인데, 국회의원에게 치료 순서를 뺏긴 거죠.
어린 동주의 앞에서 도윤완과 국회의원 싸모님은 의원님이 살았다며 시시덕거리죠.
그걸 본 어린 동주의 눈이 뒤집힙니다.
그래서 소리칩니다!
우리 아버지가 먼저 왔는데...!
그 사람보다.. 우리 아버지가 먼저 응급실에 들어왔잖아요!!!
그제야 도윤완과 병원 관계자들 어린 동주 쪽을 돌아봅니다. 세상은 이렇게 소리치고, 악다구니를 쳐야 겨우, 잠깐 돌아봐 줍니다.
그런데... 도윤완은 귀찮은 파리 쫓듯이 경비들을 시켜 어린 동주를 몰아냅니다. 그에게 어린 동주의 외침은 그저 소음일 뿐입니다.
그 일이 있은 뒤 며칠 후, 어린 동주는 자기만의 복수를 위해 야구방망이를 들고 다시 응급실에 찾아온 겁니다.
그리곤 닥치는 대로 마구 응급실을 때려 부수고 있었던 겁니다.
드라마는 이 장면에서 어린 동주의 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런데 왜! 사람 목숨 가지구 차별해! 왜애애애!!!
병원이! 의사가아!!!!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폭주하는 동주를 아무도 제어하지 못할 때...
삼선 슬리퍼와 수술복을 입은 의문의 사내가 나타나 수건으로 어린 동주를 가볍게 제압하고 진정제 주사를 놔 잠재웁니다.
이 사내, 이 드라마의 '낭만닥터' 부용주 선생입니다.
바뀐 화면 속, 처치실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부용주는 어린 동주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이 역시 이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잠시 둘의 대화를 들어볼까요.
부용주 그렇게 다 깨부수니까 속이 후련해?
어린동주 아저씨랑 상관없잖아요.
부용주 착각하지 마. 분풀이 좀 했다고 복수가 되는 건 아니다.
어린동주 ….
부용주 야구 빠따 같은 거 백날 휘둘러봤자 아무 소용이 없어.
그래봤자 그 사람들은 니 얼굴조차 기억 못 할걸?
어린동주 ….
부용주 정말 복수 같은 걸 하고 싶다면 그들보다 나은 인간이 되거라.
분노 말고, 실력으로 되갚아 줘. 알았니?
니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부용주는 치료를 마치고 무림 고수처럼 홀연히 사라집니다.
그런 부용주를 찾아 응급실 복도로 나온 어린 동주의 모습은 어느새 응급실에 근무하는 당당한 의사(인턴)의 모습으로 바뀌면서 본격적인 드라마가 시작됩니다.
드라마는 오프닝에서 어린 동주가 폭주하는 장면 위로 내레이션을 통해 지금의 현실이
"불의(不義)의 시대"
"불평등(不平等)의 시대"
"불만(不滿)과 (不信)으로 가득한 시대"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시대를 분노와 야구방망이만으론 바꿀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럼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부용주 선생은 이렇게 말합니다.
정말 복수 같은 걸 하고 싶다면 그들보다 나은 인간이 되거라.
분노 말고, 실력으로 되갚아 줘. 알았니?
니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시간이 지나 어엿한 의사가 된 동주 선생은 이상한 의사 부용주와 의사로서의 소신을 두고 말싸움을 합니다.
이때 부용주가 "니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라는 말을 합니다.
그제야 비로소 동주 선생은 부용주가 어릴 적 그 의사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차츰 변하게 되죠.
여러분은 어떤 일에 분노하십니까?
분노를 풀기 위해 어떤 야구방망이를 드셨나요?
낭만닥터 김사부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니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오프닝이 마음에 드셨다면 <낭만닥터 김사부>(시즌1) 정주행을 추천합니다.